가수 윤하가 2022년 3월 발표한 노래 ‘사건의 지평선’.
천문학 용어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이 노래는 가슴 아프면서도 아련한 내용을 표현한 은유적인 가사, 그리고 웅장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멜로디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죠.
그런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지문으로 실린다고 합니다.
6일 윤하의 소속사인 C9엔터테인먼트는 “‘사건의 지평선’ 가사가 내년 ‘천재교육 고등 교과서 2022 개정판 공통 국어 1, 2’에 문학 지문으로 수록된다”라고 전했습니다.
교과서에는 가사를 바탕으로’’작품의 화자가 처한 상황과 화자의 태도’를 답하는 문제와 ‘자신의 삶에서 ‘사건의 지평선’으로 구분되는 모습은 무엇인지’ 적용해 보는 문제가 담깁니다. 여기에 고전 시가인 ‘동짓달 기나긴 밤을’과 윤하의 가사를 비교하는 내용도 담깁니다.
사건의 지평선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윤하가 2022년 발매한 정규 6집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입니다. 발매 후인 2023년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며 윤하에게 ‘제2의 전성기’와 함께 ‘천문학 가수’ 타이틀을 붙여줬죠. 사건의 지평선 가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의 지평선
좋았던 날의 안녕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을 담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 예측되지 않는 이별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이별 후의 이야기, 분명 이별 노래이지만 헤어짐에 대한 슬픔, 후회, 원망을 말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그렇게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어디선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우리의 추억을 담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노래 제목으로 쓰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내부와 외부를 완전히 갈라놓는 경계면을 뜻합니다. 즉,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은 외부에 어떤 식으로든 간섭하거나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블랙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는 빛마저 빠져나오지 못하기에 블랙홀을 제대로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2019년 4월 최초로 성공한 블랙홀 관측은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왜곡된 주변 빛을 확인한 것입니다.
오르트 구름
사건의 지평선보다 앞선 2021년 11월에 발표된 곡인 ‘오르트 구름’의 내용도 주목할만합니다.
오르트 구름은 1977년에 발사된 인류의 항해자 ‘보이저(Voyager) 호’의 우주 탐사 여정을 문학적 관점에서 묘사한 곡이라고 하는데요.
태양계 내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어찌 보면 쓸모가 없어진 보이저 호가 불확실한 미션을 가지고 운석도 많고, 먼지도 많고, 얼음도 많은 오르트 구름으로 들어가는 심정을 그렸다고 합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태양계 권계면, 그 이후에도 보이저 호는 나아간다.
미지의 세계로 출발한 보이저 호의 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도 마찬가지”
라는 곡 설명처럼 임무는 끝났지만 보이저 호의 진짜 새로운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 강인하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데요. 가사에도 잘 드러납니다.
“경계의 끝자락, 내 끝은 아니니까”, “울타리 밖에 일렁이는 무언가, 그 아무도 모르는 별일지 몰라”, “벅찬 맘으로 이 궤도를 벗어나”
꿈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오르트 구름’도 2023년 초 ‘새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로 꼽히며 역주행한 바 있습니다.
한편, ‘오르트 구름’, ‘사건의 지평선’이 담긴 윤하의 6집 앨범에는 ‘살별’, ‘별의 조각’, ‘블랙홀’ 등 천문학 소재의 곡과 ‘6년 230일’과 같은 기후와 관련된 노래도 담겨 있습니다.